봉화의 밤
별이 쏟아지던그 마당
불을 끄고 의자를 마당으로 끌고 나갔던 밤.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이 그냥 쏟아졌다.
가을 하늘은 더 맑다.

늘 하던 대로
늘 그랬듯 지역 몇 곳과 그 안의 장소들을 늘어놨다.
보고 마음 가는 데를 고르자.
나머지는 가서 정하면 된다.
부석사의 트인 마당과 백담사의 숲길을 좋아하는 우리 취향으로 세 곳을 추렸다.
하나는 아는 곳이고, 둘은 처음 가는 곳이다.
더 좋은 데가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줘.
우리가 이미 두 번 다녀온 곳.
그런데 가을의 봉화는 아직 모른다.
사과가 붉어지고 청량산 능선이 물드는 계절에 같은 자리로 돌아가면, 아는 곳이 처음 가는 곳처럼 느껴질 것 같다.

차에서 내려 오르막을 한참 걸어야 만나는 절이다.
부석사처럼 멀리 트인 전망이 아니라, 산이 절을 감싸 안은 장면이 핵심이다.
오르내림과 경내, 쉬는 시간까지 두 시간쯤 잡으면 여유롭다.
하늘다리는 세 시간짜리 산행이라 이번엔 욕심내지 않는다.

부석사 마당에서 산을 내려다보던 그 느낌을 좋아했다면 여기다.
넓은 마당 끝에 겹겹의 능선이 펼쳐진다.
청량사가 산에 안긴 절이라면 축서사는 산을 내려다보는 절.
두 곳을 다 가도 인상이 겹치지 않는다.
지난번에 봤던 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
철망 너머로 천천히 걸어오던 걸 아직 기억한다.
가을엔 수목원 자체가 물든다.
절 대신 하루를 여기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펜션 마당의 누렁이.
이름은 돼지.
처음 갔을 때도, 두 번째 갔을 때도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과밭 사이에 있는 숙소라 가을엔 마당 앞이 온통 붉을 것이다.
돼지가 아직 잘 지내는지도 보고 싶다.
봉화의 밤
불을 끄고 의자를 마당으로 끌고 나갔던 밤.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이 그냥 쏟아졌다.
가을 하늘은 더 맑다.

우리가 놀던 방식
도착한 날은 늘 펜션이었다.
오후에 짐 풀고, 해 지기 전에 숯불 피우고, 밤늦게까지 마당에서 이야기.
다음 날은 그때그때 달랐다.
수목원을 걷기도 했고, 안동까지 넘어가기도 했고, 한번은 부석사를 보고 그대로 집으로 왔다.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됐다.
그게 두 번이나 간 이유다.


봉화의 점심

약수터권 별미. 저녁 고기와 겹치면 백숙으로.

능이·표고 향으로 먹는 한 끼. 송이는 그날 가격 보고.
첫날은 고래불 앞에서 수평선만 보다가, 둘째 날은 울진 산속으로 들어가 불영사 연못을 본다.
하루 사이에 풍경이 바다에서 숲으로 바뀌는 여행.
대신 운전은 세 곳 중 제일 길다.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 만나는 넓은 모래사장.
여름 시설이 걷힌 10월의 해변은 조용하고, 그냥 오래 앉아 있기 좋다.
여기서 바다를 실컷 보고, 저녁은 후포 쪽 오션뷰 펜션으로 들어간다.

일주문부터 절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먼저다.
백담사에서 좋아했던 '절에 들어가는 길' 그 자체다.
길 끝에는 연못 위로 누각이 비친다.
바위산 속 청량사와는 전혀 다른, 물과 숲의 절.

대게보다 물가자미찌개.
밥에 찌개 하나면 되는 동해안 점심이다.
생선구이 정식으로 바꿔도 좋다.
커피는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서.
서두를 이유가 없는 하루.
왕복 거리가 길고 해안을 남북으로 오간다. 세 곳 중 운전이 가장 많다.
산 위 절 하나, 계곡 산책 하나.
나머지는 펜션 마당에서 보낸다.
세 곳 중 운전이 가장 짧고, 쉬는 시간이 가장 길다.
날씨가 도와주면 곤도라로 덕유산 능선까지.

적상산 정상 근처까지 차로 오른다.
산정호수를 지나 나타나는 절은 크지 않지만, 오는 길의 풍경이 절의 일부다.
가을 적상산은 이름 그대로 붉은 치마를 두른다.
10월 초라면 능선부터 물들기 시작할 때.

어사길 초입만 40분쯤 걷는다.
백련사까지 가지 않아도 계곡은 충분히 깊다.
긴 걷기를 원하는 날엔 백련사까지 왕복 12km.
그건 그날 아침에 정하자.

설천봉까지 곤도라, 거기서 향적봉까지 20분.
계곡 산책 대신 넣는 교체안이다.
가을 주말은 사전예약제.
날씨가 나쁘면 미련 없이 계곡으로.
왕복 25,000원. 탑승일 2주 전 17시부터 예약.
무주의 점심

산책 뒤 따뜻하고 든든한 한 그릇.

보리비빔밥과 같이. 영업일 확인 필수.

운전 시간
휴게소 한 번, 연휴 정체 없음 기준의 계획값이다.
10월 연휴에는 한두 시간 더 걸릴 수 있으니, 늦어지면 관광 하나를 빼고 숙소 도착을 우선한다.
그래서
굳이 순서를 매기면 봉화, 영덕+울진, 무주.
절과 풍경을 앞에 둔 순서다.
운전과 쉬는 시간이 먼저라면 무주가 첫 번째가 된다.
정하는 건 넷이서.
“이번엔 절이 정말 멋있었으면. 그리고 아는 곳의 모르는 계절이 궁금해.”
청량사와 축서사, 돼지와 별밤. 우리가 아는 마당으로 돌아가는 가을.
다시 보기02“산도 좋지만 이번엔 바다도 보고 싶어.”
고래불의 수평선과 불영사의 연못. 긴 운전을 감수할 만큼 풍경이 바뀐다.
다시 보기03“낮에 조금만 보고 숙소에서 오래 놀자.”
안국사 드라이브와 구천동 산책. 가장 짧은 운전, 가장 긴 저녁.
다시 보기2026년 10월 3일(토)~5일(월), 10월 9일(금)~11일(일)이 각각 3일 연휴. 둘 중 하나로.